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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enema), 변비약으로도 해결 안 되면 필요합니다.

view-daon 2024. 12. 8.

여러분 오늘 화장실 다녀오셨나요?

화장실에서 나올 때 만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참 짓궃지요?

 

저희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변'에 관심이 많습니다.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니까요.

환자의 질환과 복용약물에 따라 설사(diarrhea), 흑색변(melena), 혈변(hematochezia), 점액변(mucous stool), 변비(constipation) 등이 나타날 수 있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변비' 시, 처방되는 '관장'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 부끄러움은 잠시, 처방 시 '관장'하세요.

변비는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데요.

특정질환이 없음에도 급·만성 변비가 있다면 보통 약물처방이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마그밀, 모비졸로, 둘코락스 좌약, 듀파락이지시럽 등을 줍니다.

참 효능이 좋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독종 변비(?)'가 심심치 않게 출현합니다.

약물이 들어가도 버텨요!!!!!

 

이럴 경우, 관장(enema) 처방이 납니다.

항문을 통해 직장에 직접 용액을 주입하여 변의 배출을 돕는데요.

물론 '관장'해도 버티는 '헬(hell)변비(?)'도 있지만요.

제가 '관장'에 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잠시니까 처방나면 참지말고 '관장'하세요"

의외로 부끄러워 하시며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론을 말씀드리자면 결국 '관장'하시게 됩니다!!!

거부하시면 고생만 더 하세요!!!

 

지난 주 발목수술을 받으신 남자 환자분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변비약 복용 5일째, 소식이 없는 겁니다.

화장실에서 나온 환자분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습니다.

"휠체어 좀 밀어줘, 힘이 다 빠졌어. 안 나와 안 나와. 약 먹은 지 5일째인데, 왜 안 나오는 거야?"

그런데 처방받은 '글리세린 관장(Glycerin enema; 글리세린과 물을 섞어 주입')을 거부당했습니다.

"나 그냥 약 더 먹을래. 어떻게 엉덩이를 까"

아내분은 병원의 변기가 집에 있는 변기랑 달라서 집에 다녀오게 외출이나 하루 외박을 요청하셨습니다.

출처: 쿠팡 글리세린 관장액 관장용 주사기 관장용 tube(rectal tube)

한밤중에 주치의 연락은 안 되고, 저희들의 설득은 계속되었습니다.

"지금 병동 아닌 층은 사람이 없으니 편하게 거기 다녀오실래요?"

"관장 금방 끝나요. 진짜 금방 끝내드릴게요"

"........................."

2시간의 사투 끝에, "못 참겠어. 관장해 줘." 바로 관장을 진행했습니다.

바로 나왔냐고요?

안 나와서 수지관장(finger enema; 손가락으로 딱딱한 변을 작게 부스거나 빼줌)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화장실에 또 다녀온 환자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나왔어 나왔어. 진작 할 걸 고생시켰네. 너무 미안해."

그리고 뜨끈뜨끈한 피자를 배달시켜 주셨습니다.

2. '관장' 후기 

병원은 참 이상한 곳이지요?

누구는 먹어도 안 나오고, 누구는 안 나오면 나오게 하고, 누구는 나오면 또 먹고........

심지어 변이 나오면 환호하는 간호사들, 관장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사하는 간호사들^^;;;

 

거두절미하고 저희가 압니다.

병원에서 하는 처치들이 때로는 너무 부끄럽게 하고, 때로는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는 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처방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그리고 저희 간호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를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이 또 있어요.

1. 검증되지 않은 관장이나 습관적인 관장은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2. 효과를 보시려면  약물 주입 후 10-15분 정도는 참았다가 화장실에 가 주세요.

3. '만약'을 대비해서 기저귀를 준비하시면 위생에 도움이 된답니다. 

    (안 그러면 침대시트가 젖을 수도 있답니다ㅠ)

    

어쩌다 이렇게 길어졌을까요?

수다쟁이 신규 간호사는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너그러이 봐 주세요.

 

오늘도 여러분이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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