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당신의 췌장은 고통을 호소합니다.
여러분의 췌장은 안녕한가요?
요즘 병원에서 췌장염 환자들을 많이 봅니다.
젊은 사람부터 어르신들까지 나이를 불문합니다.
오늘은 안타까운 췌장염 환자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편의상, 'A'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1. "신환 아니야."
A님을 처음 뵌 날 선생님들은 말씀하셨습니다.
"신환(새로 입원한 환자) 아니야."
"네??"
"또 술을 왕창 마시고 재발했네. 주 5-6일을 폭음했대."
인수인계도 필요없을 정도로 자주 오는 A님, 췌장염(pancreatitis) 환자였습니다.
2. 췌장염, 술, 성공 그리고 아이러니.......
A님의 콜벨(환자가 도움이 필요할 때 누르는 벨)은 열일했습니다.
A님이 원하는 건 딱 하나, '마약성 진통제'였습니다.
극심한 '상복부 통증' 때문인데요.
췌장염은 췌장의 손상으로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여러분 손가락 끝에 작은 염증만 생겨도 무척 아픈 거 아시죠?
췌장은 위장의 뒷부분에 위치하여 명치부터 등, 옆구리까지 통증이 확산됩니다.
심하면 제대로 눕지도 못하니 진통제를 찾을 수 밖에요.
그러나 처방은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되 횟수와 용량을 서서히 줄여 나가는 것이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잦은 투여로 내성과 의존성의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었어요.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의사 오라그래. 이게 병원이야?"
아픈 환자가 처방을 받아들일 리 만무했습니다.
그런데 처치하러 병실에 들어갔거든요.
A님 술 드시는 것 딱 걸렸습니다.
1인실의 자유를 그렇게 사용하시다니요???
"A님. 진통제를 찾으실 게 아니라 '금주'하셔야죠! A님의 췌장염은 술이 원인이잖아요. 치료를 위해 술 압수합니다."
"알아. 안다고.아는데 지금 회사에 큰 일이 터졌어. 나중에 얘기해. 사람이 죽냐? 사냐?하는 판인데. 내가 CEO잖아. 알고 있지? 어떻게 만든 회사인데......." 주변에 가득한 서류들과 직원들의 연락이 빗발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회사에서 직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한게 맞았습니다.
회사의 특성 상, 거액의 수주를 따야 해서, 많은 술자리를 해 오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음'을 하시고요.
'아이러니'합니다.
도대체 뭐가 성공인가요?
A님은 지금도 응급실을 통해 자주 입원하십니다.
근래에는 알코올성 간경화(Alcoholic Liver Cirrhosis) 진단도 받으셨어요.
3. 후기, 드는 생각들
"A님 당신의 췌장은 호소합니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요."
췌장염의 주원인은 '술'입니다.
'금주' 필수입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Pancreatic cancer)의 고위험군입니다.
A님,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을 그 인생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건강 잃은 '성공'은 '죽음'인 거 아시죠?
더 늦기 전에 A님의 건강을 돌보셔야 합니다.
병원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을 너무나 많이 접합니다.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오셨든지 이제 치료하러 오셨으니 '좋은 날' 보기를 소망하며 함께 노력해요.
저희가 함께 할게요~!!
오늘도 여러분이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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