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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대상 환자분께서 주신 맛있는 붕어빵

view-daon 2024. 12. 30.

여러분 추위에 안녕하신가요?

요 근래 너무 추워서 저는 출퇴근길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그 위에 목도리를 챙챙 감고 다니고 있습니다.

눈만 거의 내놓고 다녀요.

겨울의 추위를 느끼노라면 생각나는 것들이 참 많아요.

호빵부터 군밤, 군고구마, 뜨끈한 오뎅국물, 호떡, 핫바, 칼국수, 만두 등등.......결국에는 먹는 거였네요^^;;;

그리고 또 있어요. 겨울하면 역시 붕어빵 아닌가요?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면서 먹을 때 참 맛있어요.

식었는데도 이상하게 맛있는 붕어빵을 먹었답니다. 

1. 의료급여대상 환자분과의 숨바꼭질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환자분께서 뇌경색으로 입원하셨습니다.

뇌경색으로 신체의 왼쪽기능이 약해져서 보호자가 꼭 필요한 분이신데....... 보호자가 없으셔서 입원을 받냐? 못 받냐?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저희 간호부는 환자가 너무 많고 보호자가 필요해서 환자의 안전문제와 간호의 어려움을 말씀드리는 입장이었고, 원무과는 입원을 밀어붙이셨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의사가 책임을 지는 선에서 입원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환자분이 휠체어를 혼자 밀고 나타나신 것을 보니 ㅠㅠㅠㅠㅠ 어떡해요?

그 바쁜 와중에 휠체어를 밀고 병실로 모시고 갔습니다. 입원 시, 상황을 들으셨기 때문인지 괜찮다고,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요.......

"침대에 혼자 올라가실 수 있으세요?"

"네" 

곧바로 휠체어 고정도 안 하시고 일어나시더니 침대 쪽으로 쓰러지시는 것을 겨우 잡아드렸습니다. 몸의 왼쪽 기능이 약해지셔서 균형을 잃으셨던 거예요. 솔직히 너무너무너무 놀랐습니다. 

그 뒤부터 너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나는 대로 병실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병실에 휠체어만 있고, 환자분이 안 보이시는데 병실 다른 환자분들이 나갔다고 하시면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미친 여자처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나타나셔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1층 갔다 왔어요"

"화장실 갔다 왔어요"

"휴게실 갔다 왔어요"

"편의점 갔다 왔어요" 

혼자 흔들흔들 다니시다가 쓰러지실까 봐, 행여 잘못되실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숨바꼭질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정든 걸까요?

안 보이시면 놀라고 화가 나다가 숨바꼭질 끝에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시면 안도의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2. 식은 붕어빵, 아닌 맛있는 붕어빵

숨바꼭질 할 때마다 환자분께 반복해서 주지 시켜 드렸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침대에서 콜벨 누르세요. 올게요. 힘드시면 휠체어 태워드릴게요. 혼자 어디 가시더라도 휠체어 타고 가셔야 해요. 휠체어 고정하는 것 꼭 기억하세요. 그리고 병실 사람들에게 어디 간다고, 저희 보시면 어디 간다고 하셔야 해요. 말씀 안 하시고 어디 가시면 안 돼요. 무단 외출 금지예요. 왜인지 아시죠? 진짜 위험해요~!!"

그런데 병실 사람들이 콜벨을 눌러서 가보니, 말도 안 하고 나가셨는데 한참이나 안 들어오신다는 겁니다.

아........................................

선생님들께 보고하고 또다시 미친 여자가 되어 고래고래 성함을 부르며 여기저기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아무 데도 안 계신 거예요!!!!!ㅠㅠ 다들 나서서 찾고.......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이분이 내리시는 거예요?????

너무 답답해서 병원 밖에 나갔셨대요. 

그리고 내미시는 겁니다. 

아무도 없는 자신을 항상 챙겨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시면서요.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 하시면서 뭐라도 주고 싶었다며 식기 전에 빨리 먹으라고요ㅠㅠ

참고로 저희 병원 앞에는 붕어빵 장사가 없습니다.

이 추위에 어디까지 가셨는지, 식은 붕어빵의 온도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병실에 모셔다 드리고 이불을 덮어드리고 반복해서 주지 시켜 드리고 또 주지시켜 드리고, 놀란 가슴을 쓸어 담으며 돌아와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물으시는 거예요.

"붕어빵 먹었어?"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붕어빵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바빠서 먹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다 식은 붕어빵 사진 보이시죠?

그런데 그 추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아껴야 할 돈을 써서 사 오신 그 마음이 보이는 겁니다. 

팥이 들어간 붕어빵-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비닐봉투

너무 맛있더라고요~!!^^

원래 붕어빵이 식어도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환자분께는 다 식어서 맛없어서 겨우 먹었다고 우겨댔습니다. 

또 나가실까 봐서요.

 

병동에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 담을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놀란 가슴을 쓸어담을 상황으로 수습되면 너무 다행이고 너무 감사합니다.

'퇴원하시게 되면 어쩌나? 누가 돌봐 주시나?' 이제는 미리 걱정되는 겁니다.

언제 퇴원하실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간호사라서일까요? 

이 밤에 생각이 많아지네요.

헉 너무 늦었네요.......

 

모두 평안한 밤 보내세요~!! 아니 새 날이 시작되었네요.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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