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서, 시말서 쓰는 법 그리고 쓰는 이유
여러분의 직장생활은 안녕한가요?
저는 지난 주 돌봐야 하는 환자들도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일이 있어서 블로그에 들어올 엄두를 못 냈습니다.
무슨 일이었냐고요?
병원에서 억울하게 '시말서'를 쓸 뻔 했습니다ㅠㅠ
다행히 긴 시간의 조사(ㅠㅠ)를 통해 제 잘못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배우는 성장통'을 심하게 앓고 제 자신을 토닥이는 중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위서와 시말서를 쓰는 법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1. 경위서, 시말서 쓰는 법
신입 간호사인 제가 병동에서 가장 많이 본 경위서의 사건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낙상' 사고였습니다.
주로 저희 병원에서는 정형외과 관련 환자들이나 정신의학과, 신경과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에서 일어난답니다.
저희 병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은 한쪽 고관절 수술을 하셨습니다.
이런 환자의 경우, 보호자나 간병인의 상주를 말씀드립니다.
움직이실 때 도움이 필요하고, 움직이실 때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은 따님이 간병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술하신 다음 날 새벽에 '낙상' 사고가 발생했어요.
따님이 기저귀를 갈면서 침대난간을 내리셨답니다.
다시 올리지 않고 처치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섬망증상이 있으셨던 ○○○님께서 침대난간 쪽으로 움직이신 거예요.
'쿵'.......ㅠㅠ
침대난간을 올리도록 주지시켜 드리고 자주 확인했거든요.
모두 달려들어 환자상태를 살피고 침대에 옮겨 드렸습니다.
다시 몸의 이상 상태를 확인하고 바이탈(혈압, 맥박, 호흡, 체온)을 확인하고 주치의에게 연락하고, CT찍으러 보내드리고, 혈액 검사 하고, 심전도 검사 하고, 그 외 처방대로 처치하면서 30분 간격으로 경과를 보고하는 등.......
행여나 잘못 되셨을까봐 걱정하고 동시에 우는 따님을 위로해 드리면서 계속 움직였답니다.
이런 경우, 간호사는 경위서를 씁니다.
직접 사고에 관여도 안 했는데도요?
네~!! 그래도 씁니다.
왜 일까요?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무거운 책임, 소중한 책임이 있답니다.
1. 경위서는 어떻게 쓸까요?
한 마디로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사실'을 씁니다.
2024년 ○월 ○일 오전 ○ 시 ○ 분 ○ ○ ○호 ○ ○ ○ 낙상사고가 발생하였음 중간 생략 오전○시 ○분 CT 촬영하러 영상의학과 이송함 오전○시 ○분 CT촬영 후 병실 이송함 오전○시 ○분 병실에서 바이탈 recheck함 150/90-88-21-36.8 오전○시○분 CT결과이상 없음 이하 생략 |
이런 식으로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전달하시면 됩니다.
2. 시말서는 어떻게 쓸까요?
위의 사건을 적용해 볼게요.
위의 사건에서는 따님이 침대난간을 내렸지만 만약에 간호사가 처치를 하고 침대난간을 다시 올리지 않아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면 간호사의 잘못이 분명하므로 시말서를 써야 합니다.
2024년 ○월 ○일 오전 ○ 시 ○ 분 본인이 ○ ○ ○호 진통제 처치 후 침대난간을 다시 올리지 않아 낙상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중간생략 본인의 부주의에 따른 낙상사고를 반성하며, 추후 환자를 처치할 때마다 침대난간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환자의 안전을 위해 모든 처치의 전후를 잘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
이런 식으로 시말서는 명백한 본인의 실수나 잘못의 책임이 있는 경우 사건경위를 쓰고 잘못을 반성하며, 반성의 내용을 재발시키지 않겠다는 대책방안과 서약을 써야 합니다.
2. 경위서, 시말서를 쓰는 이유
전에 말씀드렸을까요?
우리나라는 간호사 수가 너무 부족합니다.
정말 잘 돌봐드리고 싶은데 환자를 처치하는 중간에 여기저기서 도와달라고 콜벨을 동시에 누르시면 적지적소에 손이 다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ㅠ
늘 최선을 다하는데도 이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까봐 늘 불안합니다.
절대로 환자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니까요!!
이것이 저희 간호사가 경위서와 시말서를 쓰는 이유입니다.
쓸 일이 없어야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서류이지만 본질을 알면 직장에서 필요한 서류이긴 하네요ㅠㅠ
그래서 행여나 쓰시게 되더라도 너무 움츠려 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배우는 것 같아요.
주 초부터 무거운 얘기를 썼네요.......
오늘도 여러분이 직장에서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열일만 하지 마시고,
자신을 토닥이면서 건강도 잘 챙기시고요.
우리 같이 힘을 내 보아요 ♥
'직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듀티, 간호사 및 교대근무자를 위한 근무 앱 (4) | 2024.12.25 |
---|---|
임종, 평소에 준비하세요. (4) | 2024.12.19 |
식욕부진 시 먹는 약, 식욕증진제 (8) | 2024.12.13 |
가래 뱉는 법, '침' 말고 '가래' 뱉어 오세요. (10) | 2024.12.12 |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을 연상케 하는 환자와 보호자 (6) | 2024.1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