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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을 자꾸 묻는 환자, 사랑스럽고 고마운 환자

view-daon 2025. 2. 17.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지요? 봄이 오는 듯하다가 다시 추워지네요. 따뜻한 봄이 오기 전까지 건강관리 잘하시길 바래요.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다시 환자가 많아졌습니다. 설명절에 잠깐 줄더니 금세 원상복귀를 하네요ㅠ 그래서 저희 간호사들은 때론 식사를 거르고, 화장실도 제 때에 가지 못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간호사 수에 비해 환자가 너무 많은 병원의 실정이에요.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땀이 나서 어느덧 가디건을 벗고 다니게 됩니다. 입원 환자분들은 안쓰러워하시며 휴지를 건네주신답니다. 너무 감사하지요^^ 오늘은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제 이름을 묻는 사랑스런 환자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From 환자,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n번 질문받기

봉와직염으로 붓고 빨개진 다리
출처: 아산병원, 봉와직염에 걸린 다리

얼마 전, 봉와직염(cellulitis)으로 입원한 30살의 여자환자입니다. 봉와직염은 피부에 세균이 침투해서 염증으로 피부가 빨개지고, 열도 나고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저는 이분이 입원한 둘째 날부터 보기 시작했는데요. 저를 보는 순간부터 제 이름을 계속 묻는 겁니다.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처음에는 개인정보라 안 알려주려고 했는데 병실에서 점점 목소리가 커져서 알려주었답니다. 그리고 알려 준 또다른 이유는 자폐증 환자를 이해하기 때문이었어요. 자폐환자는 하나에 집착하거든요. 전에도 알려드렸듯이 조카들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그 환자분은 첫 만남 이후 저를 볼 때마다 이름을 묻는 질문공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받게 되면 상황이 재밌어집니다. 저희 간호사들은 환자를 처치하기 전에 정확한 환자 확인을 위해 환자의 이름을 물어보거든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미 환자의 성함을 알고 있지만 정확한 처치를 위해서 물어보는거죠. 요즘같이 환자가 많을 때 매번 처치 전에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게 힘이 들곤 합니다. 이 환자분에게도 당연히 처치 전에 이름을 물어봅니다. "이름이 뭐예요?", "......." 그런데 대답이.......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되묻는 겁니다.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이죠. 그 모습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환자의 어머니도,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분들과 다른 보호자들까지도요. 역으로 제가 환자가 된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니 같은 병실의 환자와 보호자들까지 제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우 자연스럽게요. 그리고 때로는 저를 대신해서 제 이름을 알려주더라고요.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선생님 이름은 ○ ○ ○잖아요." 이런 상황이 너무 웃긴 거예요^^ 본인인 제가 대답을 안 해도 되는 상황!! 지쳐 있다가도 그 방에 들어가면 이런 상황에 다같이 웃음 지을 수 있어 힐링이 되더라고요. 정작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 준 환자분만 상황을 이해 못 해서 어리둥절하는 표정을 짓지만요. 저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더라고요. 그리고 고맙고요. 변함없이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있다는 생각에 말이죠~!! 

To 환자,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n번 질문하기

병실에서 머리가 짧고 약간 통통한 30살 여자자폐환자와 다른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웃는 모습

그래서 이제는 역으로 제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그 환자와 눈이 마주치면 재빠르게 제가 먼저 물어봅니다. "○ ○님, 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처음에는 당황해하더라고요. 제가 자신의 질문을 해 버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후에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환자분의 어머니와 주변 분들이 제 이름을 알려줍니다. 이 병실 분위기 너무 웃겨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까 환자분이 주변의 도움으로 한 자, 한 자 제 이름을 따라 말해주더라고요. 그리고 며칠을 그렇게 들으니 제 마음에 신기한 일이 생기는 겁니다. 진지한 얼굴로 환자분이 저의 이름과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는 것을 들으니 마음 깊은 곳에서 간호사라는 사명감의 불씨가 조금씩 타오르는 것 같은 거예요. 진짜 신기하죠? 그래서 이름과 호칭에 걸맞게 저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생기고 있어요. 이제는 환자분이 제 기억에 남을 만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참 사랑스럽고 고마운 분입니다. 

"○ ○ ○님, 저도 환자분의 이름을, 환자분을 기억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여러분의 이름을 불러주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행복을 누리시며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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